LOT 68

Carl Andre (1935 - 2024 American)

108 Carbonsite (6×18)

blocks of graphite

180×60×10(h)cm | 2006

Estimate KRW 220,000,000 ~ 400,000,000 USD 160,000 ~ 2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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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information

block size : each 10×10×10(h)cm, in 108 parts

PROVENANCE:
Konrad Fischer Galerie, Düsseldorf


칼 안드레는 미국의 대표적인 미니멀 아트(Minimal Art) 작가로, 조각은 수직적으로 서 있어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을 깨고 수평 조각(horizontal sculpture)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조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신석기 시대의 유적지와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âncuși)의 조각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뉴욕에서는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를 만나 그의 ‘블랙 페인팅’ 시리즈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안드레의 작품은 물질성(Materiality), 공간성(Site-specificity), 비위계적 구조(Non-hierarchical form)를 핵심 개념으로 삼는다. 그는 최대한 단순화된 형태와 구성 방식을 통해 감정적 해석이나 상징성에서 벗어난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조각이 갖는 고유한 물질성과 공간 속에서의 배치를 중시했다. 이전의 조각들이 특정 부분이 강조되거나 했다면 칼 안드레의 작업에서는 모든 구성 요소가 동등하게 존재하며 관람자는 작품 전체를 자유롭게 경험하고 해석할 수 있다. 


칼 안드레는 예술가를 ‘물질을 조직하는 자’로 정의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작가는 물질을 말로 쓰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놓는다.” 그가 창작의 주체로서 작가의 전통적 위상을 거부하며, 예술작품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배치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그의 작업은 작가의 의도를 투사한 매개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물질의 배열과 구성으로 이해된다. 특히 안드레는 조각이 반드시 수직적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개념보다, 물질과 공간 간의 관계성을 더욱 중시하였다. 그는 회화적 서사나 조각의 전통적인 인체 표현에서 완전히 벗어나, 산업용 재료를 반복적이고 기하학적으로 배열함으로써 물질 그 자체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번 출품작은 이러한 철학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모듈화된 구조의 108개 조각이 지면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조각의 수직성과 중량감에 도전하며, 지면과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관람자는 작품 주변을 돌아보거나 위를 걸으며 작품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되고, 이로써 조각은 형식(form)이 아닌 구조(structure)와 경험(experience)을 통해 공간에 개입하게 된다. 칼 안드레의 조각은 주로 알루미늄, 철, 납, 목재, 벽돌 등 일상적인 산업 재료를 사용하며 그는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성과 평범함 속에서 미적 가치를 탐색하는 미니멀 아트의 철학을 구현해왔다. 


Artist Infomation

1935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퀸시(Quincy)에서 출생한 칼 안드레는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b.1931)와 함께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중-후반경 미국을 대표하는 사조로 자리잡은 ‘미니멀리즘’으로 간주되는 작품들은 극도로 단순화된 형태와 주로 산업 재료를 이용해 만든 세련되고 현대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미니멀리즘은 관습적인 매체나 전통적으로 다루어 온 서사적인 작품들에서 완전 분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미술사적 철학적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칼 안드레 역시 작품의 단순한 외관과 다르게 작품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산업 재료로 연속 배열된 작품을 제작했고, 점차적으로 ‘장소’와 밀착하여 관람자에게 현상학적 체험을 불러오는 작품 제작의 방식을 발전시켰으며 초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를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그는 작품 제작의 방식이나 재료, 작품의 철학적 근거에 있어 미니멀리즘의 전형적인 개념에 충실한 작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칼 안드레 작품의 발전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당대 미니멀리즘의 발전 과정과 대표 명제들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칼 안드레는 1966년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전시로 꼽히는 유대인 미술관(Jewish Museum)의 ≪기초적 구조들: 미국과 영국의 젊은 조각가들 Primary Structures: Younger American and British Sculptures≫에서 <지렛대 Lever>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 전시에서 그의 작품은 벽에서부터 튀어나와 바닥을 가로질러 설치되면서 굉장히 단순하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방문객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놀라게 했다.

이 작품처럼 동일한 유닛(unit)의 산업 재료를 연달아 배열하는 방식은 평소 익숙한 조각의 모습과는 극도로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조각이 아니라 “특수한 사물(specific object)”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저드와는 다르게, 안드레는 조각의 전통에 충실한 작가였다. 1950년대 학생이었던 안드레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아렌스버그 컬렉션에서 당시 서구 조각의 위대한 거장인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조각을 연구했었다.

“하나 다음 또 하나(One After the Other)”
“나의 <피라미드>는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의 단면이지만,
스텔라를 따라서 2x4인치의 목재를 반복적으로 쌓아 구성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칼 안드레-

1950년대 후반에 안드레는 나무 조각의 앞면을 기계 톱을 이용하여 음각으로 ‘반복’하여 깎아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이처럼 전체 덩어리에 무엇인가를 새겨 넣고 깎아내면서 특정 형태를 제작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조각의 방식인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 조각은 사다리(ladder)를 형상화하고 있다(참고도판 1). 하지만 어느 날 스튜디오에서 이 작품을 본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가 이 작품의 뒷면을 두드리며 “여기도 조각이다(That’s sculpture, too)”라고 말한 것을 계기로 안드레는 작업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초기에 안드레가 조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준 것은 그의 동료였던 스텔라의 영향이 컸다. 앤도버의 필립스 아카데미 재학 시절 친구였던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홀리스 프램튼(Hollis Frampton)과 함께 1957년 뉴욕으로 이주한 안드레는 1958년에 스텔라를 만났고, 1960년까지 세 친구는 스텔라의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면서 서로의 작품 세계에 영감을 주고 받았다.

당시에 그의 유명한 <흑색 회화 Black Painting> 연작을 작업하고 있었던 스텔라는 캔버스에 산업용으로 쓰이는 검정색 에나멜 페인트를 하나하나 칠했는데(참고도판 2), 안드레는 이러한 기계적인 붓질을 본 따 전기톱으로 나무를 동일하게 잘라내어 작품을 제작했다(참고도판 3). 안드레는 스텔라의 줄무늬 회화가 각각의 개별 요소가 결합된 형태라고 보았고 전기톱이라는 기계를 사용하면 더욱 동일한 유닛을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59년 제작한 안드레의 <피라미드 Pyramid>는 동일한 단위의 나무 블록을 맞물리게 쌓아 재료의 무게에만 의지하여   조합한 것이었다.

발견된 오브제로서의 산업 재료

1960-64년에 안드레는 뉴저지에 있는 펜실베니아 철도(Pennsylvania Railroad)에서 근무하면서 쇠갈고리(scrap iron-hooks), 용수철(springs), 볼 베어링(ball bearings) 과 같은 산업 자재를 모으기 시작했다. 안드레는 이들이 대량 생산된 레디메이드, 즉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재료들을 중력에 의해서 배치하거나, 재료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에 의존해 느슨하게 조합했다. 

산업 사회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공업 재료를 예술의 영역에 도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전통 예술에 저항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산업 사회라는 변화된 역사적 조건은 그 자체로 예술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붓, 캔버스, 물감조차 산업 사회에서는 공산품으로서 생산된다. 이를 가시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스텔라는 가옥 도장업자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페인트를 물감으로 사용하고 기계적으로 조합했다. 이처럼 산업 사회의 생산 조건이 예술의 영역을 침범할 때, 일찍이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 이미 대량 생산된 공산품인 변기를 작품으로 만든 것처럼 작가의 손으로 직접 제작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의 개념은 성립될 수 있었다. 

안드레는 스텔라가 직접 손으로 제작한 회화 대신 작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산업 재료를 그대로 그곳에 두었다. 자세히 보면 울퉁불퉁한 스텔라의 줄무늬와 다르게 안드레의 유닛은 기계로 찍어내 정확한 규격을 가지고 있었고, 연속적인 배열을 통해 작가는 어떠한 주관도 표출하지 않았다. 즉, 그는 예술의 자기 표현과 회화에서 기인한 환영을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을 실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안드레는 자신의 작품이 ‘장소로서의 조각(sculpture as place)’로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동일한 형태의 재료를 바닥에 밀착시켜 배열하는 ‘바닥 조각(Floor-piece)’을 제작했다. 바닥 조각에서 조각은 더 이상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오브제가 아니라 이것이 전시된 공간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되었다.

유사한 네모 블록들이 평평하게 배치된 바닥 조각은 1966년에 처음으로 전시되었다 . 티보 드 나지(Tibor de Nagy) 갤러리에서 선보인 <등가 Equivalent I-VII>는 벽돌을 바닥에 납작하게 배열한 첫 작품이었다. 동일한 수의 마치 전체 갤러리 공간과의 완전한 통합을 추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가장 일상 사물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1972년 영국 테이트 갤러리가 <등가 VIII Equivalent VIII> 을 미술관 컬렉션으로 구입했을 때, 대중들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벽돌 더미를 사기 위해 세금을 사용한 것에 분노했다. 화가 난 일부 영국인이 파란색 물감이 든 양동이를 작품에 던지기도 했던 이 사건은  안드레와 미니멀리즘의 작품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에피소드로 손꼽히곤 한다. 이처럼 작품의 재료라는 극도의 물질성만 남은 안드레와 미니멀리스트들의 작품은 특정 형상이나작품의 형태를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작품에서 의미를 전부 제거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관람자에게 제시하는 것은 형상의 재현이 아니라, 바로 관람자와 작품, 전시 공간이 동시에 개입하는 현상학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이다.

미술 작품과 이를 둘러싼 환경 사이의 관련성은 1960년대 미국에서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현상학 서적이 번역되고 유행하면서 미술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졌다. 존재와 세계가 상호 침투하는 가운데 인식이 이루어지는 현상학으로 세계를 보는 관점에 따라, 작품은 관람자의 신체, 작품, 전시 공간의 관계를 통해 경험되는 것으로 생각되었으며, 이러한 경험은 실제 공간 속에서 관람자와 작품의 만남이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장소와 하나가 되어 녹아든 작품은 안드레에게 탄소(carbon)로 구성된 장소(site)인 것이다.

유닛이 반복되는 단순한 형태는 조각의 내적 관계, 즉 이들이 만들어내는 형상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키고 필연적으로 이것이 전시되는 공간과의 관계를 창출한다. 그리고 바닥에 밀착되어 마치 바닥의 평면이 지속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바닥 조각은 부피감이 거의 없어 바닥에 배열되어 있을 때 카펫처럼 보일 수 있고, 심지어 관람객이 작품이 놓여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심코 밟고 지나갈 수 있었다.

1953 Phillips Academy, Andover, MA
2015 Paul Kasmin Gallery, New York,
2015 David Zwirner, New York
2015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2015 Herbert Foundation, Ghent, Belgium
2015 Museion, Bolzana, Italy
2015 Grand Palais, Paris, France
2015 Whitechapel Art Gallery, London, UK
2014 The Dan Flavin Art Institute, Bridgehampton, New York
2014 Musée dʼart modern et contemporain, Geneva, Switzerland
2013 Marc Straus, New York
2012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2012 Galerie Tschudi, Zuoz, Switzerland
2011 Galería Cayón, Madrid, Spain

Video references for this artist
  • 인터뷰 : Carl Andre – 'Works of Art Don't Mean Anything' (출처 : Tate)

  • 작가평론 : Carl Andre: Sculpture as Place. Retrospective at Dia Beacon (출처 : VernissageTV)

  • 작가소개 : 3 Minute Wonder: Carl Andre – 144 Magnesium Square (출처 : TATE)

  • 작가소개 : Exposition Carl Andre : Sculpture as Place, 1958-2010 (출처 : Paris Musées)

  • 작가평론 : Carl Andre Symposium (출처 : Dia Art Foundation)

LOT 68

Carl Andre (1935 - 2024 American)

108 Carbonsite (6×18)

blocks of graphite

180×60×10(h)cm | 2006

Estimate KRW 220,000,000 ~ 400,000,000 USD 160,000 ~ 2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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