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 78

Lee UFan (b.1936)

East Winds S85080

pigment suspended in glue, on canvas

181.8×227.3cm | 1985

Estimate KRW 2,000,000,000 ~ 3,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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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479-8888 Print

Work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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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ed and titled on the reverse

Framed without glass


Artist Infomation

그림이 묘사하는 대상이 거의 제거되고 색상이 극도로 제한된 이우환의 회화는 서양의 미니멀리즘과 종종 연관되어 왔다. 이러한 외관상의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은 초기부터 시작된 다양한 철학적 고민을 함축하며 동양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유교적 가풍의 집안에서 태어나 시(詩), 서(書), 화(畵)를 배운 이우환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하여 동양화를 공부했다. 1956년 일본 니혼(日本)대학 문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그는 전통적인 이성주의, 인간중심주의의 토대를 해체하고자 하는 하이데거와 교토 학파의 철학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시기 이우환은 ‘제시’가 ‘창조’보다 진리에 더욱 가깝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의 손으로 무언가를 가공하기보다 실제 사물과 자연의 만남을 있는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서로 다른 사물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의 예술 세계는 서구의 미니멀리즘이나 개념미술과는 달리 동양 정신을 구현한 것으로 동양 최초의 자생적 현대 미술 운동인 모노하(物派) 운동의 이론적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

1970년대가 되면서 그는 다시 회화 작업으로 돌아오는데 그의 작품은 시기와 주제에 따라 크게 ‘점’, ‘선’, ‘바람’, ‘조응’ 연작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러한 외관상의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여백의 예술’이라 칭한다. 그는 빈 캔버스에 붓질을 하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비우며, 그 과정에 내재된 본질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그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나’와 ‘타자(외부)’ 간의 관계성을 드러내려고 시도하였다.

비교적 초기에 몰두한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는 동양화의 기본 획을 연상시킨다. 일정하게 점과 선을 반복적으로 화면에 담아내면서, 이우환은 이들이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수렴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옅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참고도판 1,2). 


참고도판 1) <점으로부터 No. 750146>, 캔버스에 안료, 46x55cm, 1975, 2021년 7월 메이저 경매 출품작


참고도판 2) <선으로부터 No. 780159>, 캔버스에 안료, 40.9x31.8m (6호), 1978, 2021년 8월 메이저 경매 출품작

이같은 연작들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이우환은 회화에서의 반복 형태와 연속 구조의 고민을 하게 된다. 처음에 묻힌 물감이 모두 소진되어 붓 자국의 나열이 중단되면, 다시 물감을 묻혀 새로운 행을 시작한다. 반복된 행위와 시간성은 하나의 점이 다른 점으로 이어지면서 선으로 확장된다.